“단기적인 시장상황보다는 시장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상진 신영투신운용 부사장은 거의 매일 아침 회사 웹 페이지(www.syfund.co.kr)에 글을 올리고 있다. 주로 해외 유명 칼럼의 핵심내용을 원고지 3매 정도로 간추려 올리기에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반드시 찾아가야 할 순례지로 꼽힌다.
“2004년 10월 회사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 방문자들을 위한 콘텐츠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간판도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으로 정했지요. 널리 알려져 있는 골프 용어랍니다. 홀 위로 날아가야 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죠. 성공하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죠.”
이 부사장은 글을 올리기 위해 매일 2시간가량을 투입한다.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포브스, 이코노미스트, 포천,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비즈니스 위크 등이 주요 목록이다.
“외신을 두루 섭렵하게 된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 해외경제 요인에 의해 우리 실물경제와 금융산업이 크게 좌우될 정도로 우리 경제가 개방돼 있어 외신들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그는 소문난 스크랩 광이기도 하다. 책상 위엔 해외 유명경제칼럼과 기획기사 스크랩북이 수북이 쌓여 있다.
“우리보다 금융시장의 역사가 긴 미국의 경우 각종 통계자료가 100년 넘게 쌓여 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금융시장 역사가 그래프와 분석에 녹아 있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얻기 힘든 중장기적인 시각의 분석과 투자의견을 해외언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 실적을 추구하는 가치투자철학의 자신감을 충전하는 계기도 됩니다.”
실제 신영투신운용은 작지만 강한 가치투자의 명가로 이름 높다. 설립 초기부터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꾸준한 실적을 거두는 기업에 집중 투자해 왔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추천펀드 목록에서 신영투신의 ‘마라톤’ 브랜드가 빠진 적이 없다.
“20년 이상 업력을 지닌 검증된 기업을 고르고 호황과 불황을 3, 4회 이상 겪으면서 불황극복 능력을 지녔는지도 점검해 왔습니다. 반짝 성장에 그칠 기업이라면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그는 올해 증시전망을 두곤 ‘시장의 배신’이란 독특한 시각을 내놨다.
“20여년간 증권가에 몸담아 온 경험에 비춰 볼 때 시장은 항상 다수의 희망과 예상과는 반대로 움직여 왔습니다. 작년 초만 해도 낙관론이 지배했었습니다만 작년 증시는 약세장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비관적 전망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시장의 배신’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전대미문의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가 찾아왔지만 그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방식도 사상 초유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현금이 최고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현금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홍진석 기자 gija@segye.com 블로그 www.gij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