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올 들어 수출 호조와 판매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늘어났지만 현금 수입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재고가 늘고 외상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12일 한국은행이 상장·등록법인 157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기업경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산업의 매출액 은 전년 동기 대비 21.9%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8.7%보다 무려 13.2%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올 상반기 22.4%로, 작년 상반기 8.9%보다 13.5%포인트 높아졌으며, 비제조업(전기가스·건설·서비스)은 8.3%에서 21.1%로 12.8%포인트 상승했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판매가격이 오르고 수출도 호조를 보인 결과다.
그러나 현금 수입은 줄어들었다. 제조업은 업체당 평균 영업활동 현금 수입이 17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08억원보다 29억원 줄었다.
전기가스업은 3247억원에서 1362억원으로, 서비스업은 248억원에서 189억원으로 감소했다. 건설업은 -275억원에서 -462억원으로 순유출액이 급증했다. 미분양 사태로 현금 수입보다 유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박영환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기업의 매출액이 늘어났으나 매출 채권, 재고가 늘어나 현금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이 악화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창출, 단기 지급능력이 악화되면서 부채 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 산업의 부채비율은 6월 말 현재 96.4%. 작년 말 86.5%보다 9.9%포인트 높아졌다.
3분기에는 100%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차입금 의존도도 20.6%에서 22.6%로 2.0%포인트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채 비율 상승은 비제조업 부문에서 차입금이 증가하고, 제조업에서는 선수금 등 비이자 부채가 늘어났다”며 “비제조업의 자금사정이 제조업보다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익성은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6.9%에서 7.6%로 좋아졌지만, 비제조업은 7.0%에서 5.7%로 나빠졌다.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의 경우 전 산업 기준으로 8.3%에서 6.8%로 하락했다.
이는 수출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늘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손실이 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상쇄한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홍진석 기자 gija@segye.com www.gij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