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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월요일(블랙먼데이)’이 국내 금융시장을 다시 강타했다.
 
08년 9월1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9월 위기설’에 대한 정부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선 무차별 투매현상이 나타났다.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불구, ‘달러품귀’ 사태 속에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설(說)로만 돌았던 위기가 현실화되는게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MB노믹스가 이명박 정부출범 이후 가장 험란한 시험대에 올려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날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주춤했다는 호재마저도 유가급등 우려감을 불러온 허리케인 ‘구스타프’가 날려버렸다.

◆폭등하는 환율, 흔들리는 금융시장=금융시장의 혼란은 원·달러 환율 급등에서 촉발됐다. 곳곳에 도사린 악재에 무역수지 악화라는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매수사태가 벌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우리경제는 순항할 때에는 달러를 끌어들이지만 고유가 등 해외악재가 터지면 순식간에 ‘달러 소모형’ 경제구조로 돌변한다”며 “에너지의존형 경제란 기본적 취약점과 최근의 달러화 강세흐름이 맞물려 달러매수세가 전례없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무역수지가 악화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는 더욱 강해졌다. 다음주 돌아올 외국인 채권만기 수요에 대한 경계감과 외국인 주식매도도 달러 사자세를 부추겼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달러사재기’ 경쟁에 나서면서 오후장들어 달러당 1110원과 1120원을 차례로 넘어서면서 한때 1123.8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관망하던 외환당국이 장 막판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세는 다소 주춤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현재의 급등 추세에 대해 정부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환율이 계속 오르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후 달러 매도개입까지 단행되면서 한때 34원 이상 폭등했던 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최근 외환당국의 매도개입도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을 만큼 외환시장은 달러매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도개입을 저가에 사들이는 기회로 여길 정도”라고 밝혔다.

외환시장에서는 당분간 달러수요가 달러공급을 훨씬 웃돌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근 환율 오름세는 달러 수요가 몰려 있는 추석연휴 전까지 이어져 달러당 1200원선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지난해 촉발된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는 최근 유럽 일본까지 파급되고 있는데다 내년에는 남미 동남아 산유국 등도 영향권에 들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 다변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던 우리경제의 견인차 ‘수출’마저도 위축될 경우, 달러공급 부족으로 인한 환율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주식시장도 총제적 난국=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환율불안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금악화설과 실적 부진까지 불거지며 주가는 폭락했다.
성진경 대신증권투자전략팀장은 “8월 무역수지의 대규모 적자 여파로 환율이 크게 올라 증시폭락의 결정타로 작용했다”며 “아무래도 외환위기를 겪은 탓에 시장이 환율불안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주 대우증권투자전략팀장도 “글로벌 경기의 위축 속에 달러유동성 문제와 환율 불안이 불거진 가운데 금리급등 등 국내 자금유동성 문제까지 가세, 주가폭락세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섰던 대기업의 유동성위기설까지 나돌면서 팔자가 팔자를 부르는 투매양상이 빚어졌다. 이날 자금악화설과 실적부진설이 나돈 대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하한가까지 곤두박질쳤다.

해외부문도 좋지 않다. 미국과 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가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는데다 국제유가 역시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향후 주가전망도 우울하기 짝이 없다. 현재로서는 주식시장이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그동안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530선까지 맥없이 무너져 바닥선을 찾기 힘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심지어 글로벌시장 불안이나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코스피지수가 1300선, 1200선까지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고유가와 같은 1차 쇼크를 감안할 경우 국내 코스피지수가 1540선을 적정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실적악화까지 현실화된다면 1320선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외여건이 좋지않은데다 국내수급까지 꼬여있어 추석전까지는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 이후에는 어느 정도 주가반등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주팀장은 “시장에 부담을 줬던 9월 위기설이 진정된다면 주가급락세가 진정될 것”이라며 “국내경제·금융여건에 비춰볼때 우리 증시가 글로벌시장에 비해 크게 빠지거나 올라갈 이유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책마련에 속타는 정부=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시장 불안이 대외 여건의 악화와 이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8월 들어 본격화된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 경상수지 적자, 여전히 높은 수준인 유가를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특별히 더 나쁜 상황도 아닌데 과민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시장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금융시장흐름과 경기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둔화세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홍진석 www.gija.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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