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물가가 심상치 않다. 1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온 생산자물가의 오름폭이 최근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유가와 달러당 1000원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 탓이다.
경제계는 이 같은 생산자물가 상승행진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생산자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고물가 속에서도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전면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생산자 물가 두 자리수 진입 임박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7%로 IMF체제였던 1998년 11 월 11.0% 이후 최고치였다. 생산자물가는 작년 12월 5.1%, 올해 1월 5.9%, 2월 6.8%, 3월 8.0% 등을 흐름을 보이며 오름폭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2월 112.8에서 15개월간 내리 상승 흐름이 이어져 올 4월에는 125.7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달 들어 유가가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온데다 환율마저도 2년6개월여전 수준까지 치솟고 있어 5월 생산자물가는 10년만에 두자리수대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과 인플 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기 십상이다. 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9개월째 동결한 것도 이러한 물가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물가사정도 그리 좋아질 것 같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다음달에 농산물이 계절적인 요인으로 하락할 수도 있으나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물가의 오름세가 꺾이긴 힘들 것”이라며 "국제원유의 가격은 통상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유가와 환율이 빠른 시일 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생산자 소비자물가 모두 강한 상승흐름이 불가피함을 내비친 셈이다.
물가상승세가 더욱 거세질 경우 올 상반기중 기준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벌써부터 고개 든다.
◆원유 원자재가 폭등이 공산품 가격 올렸다=생산자물가 급등은 공산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공산품은 원유, 곡물, 금속소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음식료품, 석유제품,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대다수 제품이 올라 작년 동기에 비해 13.6% 급등했다.
1998년 10월 13.8%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밀과 대두 등의 국제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소비자 식생활에 관련된 음식 료품이 된장 22.2%, 밀가루 4.2%, 스낵과자 2.8%, 마요네즈 7.9% 등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경유(5.5%), 등유(12.9%) 등 대부분의 석유제품도 큰 폭으로 올랐다.
농림수산품의 경우 기온 상승으로 출하가 늘면서 양파, 감자, 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내렸으나 참외, 사과 등 과실류 값은 재고 감소로 공급이 줄어 전체적으로는 2.6% 상승했다.
축산물의 경우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과 쇠고기 수입 개방의 여파로 닭고 기는 전달보다 5.6%, 쇠고기가 3.6%, 계란은 4.1% 떨어진 반면 대체 수요가 늘면서 돼지고기 값은 28.0%나 급등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비해 축산 농가들이 조금이라도 제값을 받으려고 출고 시기를 앞당기면서 쇠고기 산지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비스 가격은 화물운임과 TV광고료, 공인회계사 등 전문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 서 전월대비 0.8% 상승했다.
이성태 총재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원유가격이 계속 상승했고 환율도 오 르고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상한선을 웃도는 현상이 나 타날 것"이라며 "다만 원유가격과 환율이 안정된다면 연말쯤 가서는 물가 상승률이 내려오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유가 연일 사상최고치 행진 =달갑지 않은 국제유가 최고치 행진이 나흘째 이어졌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시간 외 전자거래에서 배럴 당 124.61달러까지 상승, 나흘 연속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WTI는 정규 거래에서도 전날 종가에 비해 0.16달러 오른 배럴 당 123.69달러를 기록,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장중에 배럴 당 123.17달러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두바이유 현물은 전날보다 배럴 당 1.52달러 오른 116.48달러로 마감됐다. 이날 유가 상승은 국제 석유시장에서 경유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촉발됐다. 아울러 유로화 대비 달러화 환율이 전날보다 0.001달러 오른 유로당 1.540달러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점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생산자물가= 국내시장의 1차 거래단계에서 기업상호 간에 거래되는 모든 상품과 일부 서비스(전기 가스 수도 등)의 평균가격. 부가세를 제외한 생산자판매가격 즉 공장도물가와 수입상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삼음. 이를 지수화한 것이 생산자물가지수(현재 2000년을 100으로 기준으로 삼고 있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