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9월 24일(월) 오전 숙소에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현 시티그룹 회장), 데이비드 립튼 전 재무차관, 퍼거슨 시티그룹 아태지역 마케팅 상무를 면담하고,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미국경제, 6자회담과 북한 문제, 미중관계 등에 대해서 7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박지원 비서실장, 양성철 전 주미대사, 김경근 뉴욕총영사가 배석했다. 다음은 이 자리에 배석한 최경환 비서관이 정리하여 발표한 대화록 요지이다.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김대중 전 대통령 : 여러분은 외환위기 극복의 은인들이다. 만나서 반갑다.
루빈 : 우리가 아니라 대통령님께서 나라를 구했다.
김대중 : 그런 말을 루빈 장관 저서에서, 그리고 얼마 전 한국에 와서 한 강연에서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사드린다. 미국과 IMF에서 도와주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다 금 모으기까지 하면서 국난을 극복하려는 국민의 힘이 컸다. 립튼 차관께서 내가 당선자 시절 나를 찾아와 나를 테스트했다. 돌아가서 좋게 보고해 주어 도움이 되었다 (좌중 웃음).
립튼 : 나는 루빈 장관 지시를 따랐다(좌중 웃음). 결과적으로 대통령님께서 방향을 잘 설정하고 위기를 헤쳐 나갈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 외환위기는 한국 국민, 미국, IMF, 한국 정부 4자가 잘 협력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 30개 중 16개의 재벌기업이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개혁을 했다. 은행 점포 600개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저항이나 업계 저항이 적었던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국이나 IMF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지원을 받지 못하면 망한다는 것을 알아 그것이 압력도 되고 설득도 되었다.
<미국 경제>
루빈 : 한국과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는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도움을 주었고 한국에 뛰어난 리더십이 있어서 가능했는데, 현재 미국은 국제기구 등의 도움을 받기가 힘들어 더 어려운 것 같다.
김대중 : 그러나 미국 국민들의 지혜와 루빈 장관과 같은 탁월한 경제 지도자가 있어 결국 난관을 헤쳐나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빈 : 난관은 헤쳐 나갈 수 있겠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의 개혁을 잘 이끌기 위해서는 한국이 1998년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시스템의 결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쉽지 않다.
김대중 : 외부에서 저희가 보기에는 미국은 큰 경제인데, 군사 비용이 너무 크다 보면 이것이 반드시 미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립튼 : 이라크 전비 지출 등 국방비 지출액이 얼마가 되어야 할지 등에 대해서는 긴 논의를 가졌는데, 그 동안 군사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기술 발전이나 경제 성장을 계속 지탱할 만한 요소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문제가 항상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 규제기관 사이의 창의적 해결방법이 필요하다. 미국 경제는 기술 진보 및 혁신 등에 의해서 더 빨리 발전하고 있으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가이던스가 필요하다.
김대중 : 군사 개입을 하여 비용 지출이 많아도 군사 개입에서 성공을 하면 국민 사기도 오르고 경제도 좋은 영향을 받을 터인데, 지금의 군사 개입이 반드시 성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루빈 : 매우 현명하신 말씀이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1998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재무, 교육부터 모든 부문에 걸쳐서 조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님과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대통령님께서 차기 미국 대선에 출마하시면 여기 있는 립튼이 선거 운동을 도울 것이다 (좌중 웃음). 이제 다른 질문을 드려볼까 한다. 북한과의 관계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6자회담과 북한 문제>
김대중 : 먼저, 대통령 출마 이야기는 과분하여 오늘밤 잠을 못 이룰 것 같다.(좌중 웃음) 북한과의 관계는 내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클린턴 대통령과 모든 것이 잘 협조되어 해결 단계까지 갔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 완결짓지 못했다.
2년 전 클린턴 대통령이 서울의 제 사무실에 오셔서 ‘임기가 1년만 더 있었으면 당신과 협력해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했을 텐데 아쉽다’고 했는데, 나도 아쉽게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해서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을 펴서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과 해 놓은 것을 다 취소했다.
2년 동안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직접 대화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대화 등의 정책을 따르라고 설득하고 합의도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대북 강경정책,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정책을 펴서 계속 실패했다.
그 결과 북한은 NPT 탈퇴, IAEA 요원 추방, 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와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마침내 핵 실험까지 했! 다. 부시 6년 동안 대북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저는 야당 때나 정부에 있을 때나 퇴임 후나 일관되게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 안전보장 받고 경제제재 해제 받고 국교 정상화를 해서 결국에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마침내 2월 13일에 그런 내용으로 합의를 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해 주었는데도 북한이 배신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있는데, 2.13 합의는 action for action 원칙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중유를 제공해서 북한은 영변 5메가와트 핵시설을 폐쇄하고 IAEA 사찰단원을 초대했다. 앞으로 핵시설 불능화, 핵프로그램 신고를 하게 되면 거기에 따른 대가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의 action을 취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속인다면 중국과 한국도 대북한 제재에 참여할 것이고 그러면 북한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져 중국에게는 하나의 악몽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訃?비핵화는 성공한다. 북한은 그런 준비가 돼 있다.
지금 걱정되는 것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같이 미국에서 북한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여러분들이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지원해 달라.
루빈 : 우리는 민간인이라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는 상황이 좋아졌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를 하든 미국 대외정책은 보다 실용적이 될 것이고, 그래서 북한 문제도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 2.13 합의는 클린턴 정책을 계승한 것이어서, 민주당도 클린턴 정책을 계승한 것을 환영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워싱턴에서 올브라이트 장관과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을 만났는데 ‘여러분이 추진한 정책이 햇볕을 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성공하게 되었다’고 얘기했다.
<미국과 중국 관계, 동북아 정세>
립튼 : 앞으로 걱정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잘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미국 내에서, 특히 민주당 측에서는 중국과 마찰이 있다. 이것이 6자회담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김대중 : 아주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 문제 관련 기로에 있다. 미국이 일본과 군사적 협력읕 통해 중국을 견제하게 되면 중국은 위협을 느껴 군부가 사회를 주도하게 되고 군사대국화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군사적인 위협이 대응할만 하다고 생각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면 후진따오 주석이 추진하는 화평굴기 정책, 즉 모든 것을 평화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 내에는 두 가지 논리가 논쟁 중이다. 이 논쟁에는 전 부총리, 장관, 각료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신좌파와 신우파 논리이다. 신좌파는 ‘지금의 중국 부패와 빈부격차 문제는 무책임한 개혁 개방에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제, 계획 경제, 즉 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우파는 ‘그렇지 않다. 부패와 빈부격차는 민주주의를 안 하기 때문에 감시와 비판도 안 되고 그래서 투명한 경제가 안 된다. 공산당 일당 독재를 수정하고 스웨덴의 수정 사회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놀라운 ? 痼?그러한 신우파 정책에 대해 후진따오 주석이 ‘하오 하오(좋다 좋다)’하며 호응했다는 것이며, 이러한 동향을 미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시장 경제 도입 후 급속도로 중산층이 늘어났다. 5년 전 공산당 당헌을 고쳐서 당원으로 노동자, 농민만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을 기업인, 지식인 등 중산층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보도되고 있지는 않지만 정치문제는 아니더라도 경제적 사회적 문제와 관련한 시위와 여러 비판이 있다. 매일 수백 건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중산층의 압력이 정부에 가해져 신우파 의견도 나오고 후진따오와 같은 정부 지도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민주화까지 갈 것이냐 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군사 연합이 중국에 생존의 협으로 느껴지느냐 아니냐, 혹은 견딜 만한 것이나 아니냐에 달려 있다.
시장 경제가 도입되면 반드시 중산층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중국에는 현재 5천만에서 1억명 사이의 중산층, 즉 자기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그랬는데, 프랑스의 경우에는 이들 중산층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 귀족과 왕이 말살 당하는 대혁명으로 이어졌! 다. 민주화는 평화적으로도, 또한 무력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중? ?정부가 끝까지 이들을 억압하면 충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계속 가하면 중국이 군사대국화 하여 민주화의 가능성이 죽고, 반면에 군사적 압력이 견딜만하게 느낀다고 생각하면 민주화의 힘, 즉 국민적 지지가 더 커질 것이다.
루빈 : 총체적이고 실용적인 관점 감사드린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대중국 관계는 그런 측면보다는 주로 교역적인 측면에만 치중이 되어 있다.
립튼 :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적인 측면과 안보적인 측면을 같이 생각하면 당연히 충돌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미국이 중국을 혼자서 상대하기 보다는 다자 대화 시스템을 통해서 상대하면 좋을 듯 하다. 아시아의 리더들이 도와주어 대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득하여 주는 등 다자 대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6자 회담이 12자나 16자 등의 대화 기구가 있었으면 한다.
대 : 장쩌민 주석을 만나서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 협력 기구로 만들자고 했더니 찬성했다. 앞으로는 몽골이나 EU도 정식 회원이든 Observer로든 참석하여야 할 것이며, 그래서 동북아 평화와 경제 안정에 기여를 하고 인권,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했으면 좋겠다. 과거 헬싱키 조약이 구소련과 동유럽의 민주화와 인권에 영향을 미쳤듯이 중국과 북한의 인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루빈 : 대통령님이 널리 존경받는 인물이시고 미중 관계에 관한 전체적인 구도적 관점을 가지고 계시므로 뉴욕 타임즈(NYT)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기고를 해서 많은 미국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북한과의 경제협력>
김대중 : 마지막으로 북한과 경제 협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미국은 우리가 북한과 경제 협력하는 것을 견제해서 그 동안 제대로 경제 협력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북한 경제에 진출하여 북한 생필품의 80%가 중국에서 오고 있고, 중국은 북한의 지하자원, 항만, 공장 건설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을 중국 경제권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미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항의해 왔다.
남한이 적극적으로 북한에 경제적으로 진출해서 교역과 투자를 해서 중국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6자회담이 잘 되면 미국이나 유럽 기업인들도 북한에 들어가 북한이 중국 일변도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도 미국과 유럽 기업의 북한 진출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미국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북한 경제가 중국 경제에 예속되는 것을 바라느냐고 묻는다. 루빈 장관께서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가지고 계시니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시면 큰 영향력을 발휘해 주시기 바란다.
루빈 : 대통령님 말씀에 일리가 있다.
김대중 :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으로부터 안전 보장, 경제 제재 해제, 국교 정상화를 보장받으면 미국에 적극 협력할 것이다. 2000년에 직접 만나고 그 이후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바로도 그렇다. 그러므로 미국은 이번에 북한을 안아야 한다.
미국이 남북한과 좋은 관계를 가지게 되면 전략적으로도 큰 이점이 있다. 미국은 그러한 전략적 요구, 북한 지도자의 열망, 북한의 경제적 가치, 한반도를 통한 유라시아 횡단 철도를 통한 대륙 진출 등의 측면에서 볼 때 미국도 주목할 만한 큰 가치가 있다. 미국이 단순히 협력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미국도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서 윈윈(Win-Win) 하자는 것이다.
루빈 : 대통령님의 그러한 지혜와 비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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